진실은 밝혀지기 마련이다
6.15공동선언에 명기되어 있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서울방문이 실현 안된 것은 미국 부시 행정부 때문이라는 사실이 얼마전에 출판된 장쩌민 전 중국 국가주석의 외교실록을 통해서 다시 밝혀졌다.
그에 따르면 지난 2001년 9월에 평양을 방문했던 장 주석(당시)과 회담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2000년 6월에 김대중 대통령(당시)과 약속한 대로 서울에 가면 “조선문제는 조선이민 스스로 충분히 해결할 능력이 있다고 밝힐 수 있다”고 생각했으나, 미국에서 부시 정권이 등장해서 국제정세에 여러 가지 변화가 발생해 실제 방문 효과가 있겠는지 예상이 좋지 않았다고 서울을 방문하지 않는 이유를 설명했다 한다.
여기서 필자가 “다시 밝혀졌다”고 강조하는 것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평양방문에 보좌역으로서 동행한 임동원씨(당시 국정원장)가 2004년 6월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서울방문이 2001년 봄의 꽃피는 계절에 계획되었는데 미국의 부시 정권 때문에 실현되지 못했다”(연합뉴스 2004.6.9)고 말한 일이 있기 때문이다.
필자 역시 6.15공동선언 발표후 얼마 안되어 이 문제에 관한 이야기를 한 재미동포 학자로부터 들었다. 그가 말하기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서울방문은 2001년 5월쯤으로 계획되었으며 남북간에서는 물밑에서 준비작이 진행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 해 3월 워싱턴에서 김대중 대동령을 만난 부시 대통령은 그를 “이 양반(This man)”이라고 부르면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대해서 노골적으로 회의심을 표시해서 압력을 가한 바람에 결국 서울방문이 무산되었다 한다.
필자는 한때 이 내용을 강연이나 글을 통해서 여러번 소개했었다.
일련의 이야기들을 종합해보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서울방문이 실현 안된 것은 북측의 약속 불이행 때문이 아니라 미국의 방해 때문이었다는 사실이 부각된다.
그런데 임동원씨의 증언은 여론의 관심사가 되지 못했으며, 이남을 비롯한 세간에서는 의연히 이 문제가 ‘북측의 약속 불이행’의 틀안에서만 거론되었으며, 거기에다가 이러저러한 억측이나 자의적 해석까지 더해졌었다. 그리고 필자가 이 문제에 관해서 쓴 글이 일본의 출판사로부터 돼짜맞기까지 했었다.
바르고 참됨을 뜻하는 ‘진실’이 세상 사람들에게 인정되기가 이처럼 힘들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진실은 꼭 밝혀지기 마련이다.
필자는 이 기회에 자신이 거듭 주장해온 내용을 다시 정리해보기로 한다.
6.15공동선언에는 “김대중 대통령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서울을 방문하도록 정중히 초청하였으며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앞으로 적절한 시기에 서울을 방문하기로 하였다.”고 명기되어 있다.
공동선언에 명기되어 있는 바와 같이 이 문제는 소위 ‘답방’문제가 아니라 남측 수뇌의 초청에 의해서 북측 수뇌가 적절한 시기에 서울을 방문하는 문제이다. 그리고 장 전 주석의 외교실록이 시사하고 있는 바와 같이 이것은 방문을 위한 방문이 아니라 6.15공동선언을 ‘우리 민족끼리’의 정신에 따라 정확히 이행하기 위한 방문이다. 또 하나는, 이 서울방문이 “언제면 실현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해야 6.15공동선언에서 말하는 ‘적절한 시기’가 될 수 있느냐”라는 시각과 자세로 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6.15광주축전에서 남, 북, 해외 동포들은 정세와 환경이 어떻게 변하든 통일의 이정표인 6.15공동선언을 기어이 실천하자고 다짐했다. 그런데 그후 불과 두달만에 북의 미사일 발사훈련을 구실로 미국이 대북 적대시정책을 보다 노골적으로 추구하게 됨으로써 조선(한)반도에는 첨예한 대결국면이 조성되었다.
이같은 시기에 남북 양 수뇌의 약속이 실현되지 않는 것이 미국의 방해 때문이었다는 사실이 다시 밝혀진 의미는 결코 작지 않다. 이를 통해서 우리는 6.15공동선언 실천의 최대 장애물은 미국이며, 조선(한)반도의 평화를 위협하고 공동선언 실천에 장애를 조성하는 근본 요인은 결코 민족 내부에 있지 않다는 것을 다시 한번 인식하게 되었다. (K)
2006.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