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핵실험의 본질이 집약화되는 다섯 글자
이번에 북에서 실시한 핵실험에 대해 생각하면서 이와 관련한 북의 공식 발표나 문건들을 읽는 과정에 필자의 머리속에서는 이번 사태의 본질이 다섯 글자로 집약되었다.
그 다섯 글자란 한(恨), 수(守), 응(応), 공(攻), 결(決)이다.
‘한’은 이번 핵실험이 미국에 대한 우리 민족의 원한의 폭발이며, 따라서 이번 핵실험과 핵 무장의 과녁이 남녘동포가 아닌 미국이라는 뜻이다.
이는 지난 9월 2일 북의 조국통일민주주의전선(조국전선)이 미국의 침략선 ‘셔먼’호 격침 140년과 관련해서 발표한 호소문에서 “우리 민족이 140년간에 걸치는 미국의 극악한 조선침략 역사에 종지부를 찍을 때는 왔다.”고 지적한 구절, 또한 핵시험 예고선언인 북 외무성의 10월 3일부 성명에서 “미국의 반공화국 고립압살책동이 극한점을 넘어서 최악의 상황을 몰아오고 있는 제반 정세에서 우리는 더 이상 사태 발전을 수수방관할 수 없게 되었다.”고 한 구절을 읽고 떠오른 생각이다.
‘수’는 핵으로 선제공격하겠다고 위협하는 미국으로부터 나라와 민족의 자주권과 생존권을 지키자는 뜻이다. 여기에는 북이 보유하는 핵무기는 미국으로부터의 위협이 없어지면 당장이라도 폐기할 수 있는 억지력이라는 뜻도 당연히 포함된다.
이와 관련해서는 북의 외무성 대변인이 10월 11일에 발표한 담화에서 “우리는 미국에 의해 날로 증대되는 전쟁위험을 막고 나라의 자주권과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부득불 핵무기 보유를 실물로 증명해 보이지 않을 수 없게 되었”으며, “우리는 미국이 적대시정책을 포기하고 조미사이에 신뢰가 조성되어 우리가 미국의 위협을 더 이상 느끼지 않게 된다면 단 한개의 핵무기도 필요없게 될 것이라는데 대해 여러 차례 밝혀 왔다.”고 명백히 지적하고 있다.
‘응’은 자기들이 핵전쟁위협에 대한 억제력을 갖추자는데 대해 가해지는 ‘비난’이나 ‘제재’ 등의 선전포고 행위에 단호히 대응하겠다는 뜻이다.
이는 10.3성명이 지난번 7.5미사일 발사와 관련한 유엔 안보리 결의를 “사실상의 선전포고”로 보고, 이번 핵실험을 “그에 상응한 방어적 대응조치”로 규정하고 있는데서 잘 알 수 있다.
‘공’은 미국에게 호락호락 당하고만 있지 않겠다고 하는 북의 대미 초강경 압박공세의 의미도 있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자기들을 ‘악의 축’이니, ‘핵 선제공격의 대상’이니 하면서 고립·압살을 추구해온 미국에 북이 핵보유국으로서 맞서게 되었다는 것 외에 긴 설명이 필요 없을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결’은 이렇게 함으로써 오랫동안에 걸친 조미대결을 총결산하자는 뜻이다.
10.3성명에는 “우리의 최종목표는 조선반도에서 우리의 일방적인 무장해제로 이어지는 ‘비핵화’가 아니라 조미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조선반도와 그 주변에서 모든 핵 위협을 근원적으로 제거하는 비핵화”이며, “대화와 협상을 통하여 조선반도의 비핵화를 실현하려는 우리의 원칙적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는 입장이 명시되어 있다. 이것이 바로 북이 말하는 총결산이다.
핵실험을 단행했던 북에 대한 주변의 여론은 유엔 안보리에서 무슨 ‘결의’가 조만간에 채택될 상황인 것을 비롯해서 사실상 ‘비난’이나 ‘제재’ 일색이다. 그럼에도 필자가 이 다섯 글자 생각을 했다고 하면 혹시 뚱땅지같은 생각이라고 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만약 그렇다면 필자는 반대로 그에게 묻는다. 지금의 상황이 당신들처럼 ‘비난’이나 ‘제재’ 일변도 자세만 가지고 풀리겠는가고. 부득이하게 핵실험과 핵보유 결단을 내린 북의 진의도를 조금이나마 이해하려는 생각은 왜 못하는가고.
다행히도 핵실험으로부터 며칠이 지나고 보니, 이번 사태를 놓고 “부시 대북정책의 실패가 초래한 결과”이며 그 해법은 대화를 통한 해결, 특히 조미 직접협상 밖에 없다고 하는 목소리가 미국에 추종해서 독자적인 ‘대북제재’로 나가는 것과 같이 경거망동하는 나라를 빼놓고 세계 도처에서, 심지어 “정계는 난리났지만 민심은 차분하다”고 전해지는 남녘의 동포들속에서도 높아가고 있다.
북측은 “우리는 대화에도 대결에도 다 같이 준비되어 있다”(10.11 외무성 담화)고 하니, 나머지는 전적으로 미국에 달려 있는 셈이다. (K)
2006.1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