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진 자의 논리’에 쩔쩔 미국

 12 18 베이징에서 13개월만에 재개되었던 6자회담(정확히는 5 2단계회의) “각측은 휴회하고 본국 정부에 보고하기로 하였으며 가장 빠른 기회에 회의를 계속하기로 합의하였다.”는 의장성명만이 발표되고 아무런 진전도 없이 22일에 끝났다.

이제는 6자회담의 주역이라고 누구나가 인정하는 북과 미국의 대표단 단장들은 마지막날에 “우리는 미국측에 우리의 제안을 연구해 보라고 하였다”(김계관 외무성 부상), “실망스럽기 그지 없다. 북측 대표단은 금융제재 문제를 최우선 순위에 두라는 훈령을 받은 같다”(크리스토퍼 국무차관보) 말을 남기고 회담장을 떠났다.

이번 6자회담과 관련해서는 앞으로 여러가지 해석이나 견해들이 나오겠지만, 이전의 6자회담의 연장으로 보아서는 안될 잣대가 있다. 하나는 이번 회담은 북의 핵실험(10.9)이후에 처음으로 열린 회담이라는 것이고, 하나는 이번 회담이 9.19공동성명 이행문제를 토의하는 마당으로서 열렸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이미 핵실험에 성공한 북측은 보유국, 다시 말해서 ‘가진 자의 논리’로 6자회담에 임했다는 것이다. ‘가진 자의 논리’란 미국이 적대시정책을 포기하고 조미사이에 신뢰가 조성되어 우리가 미국의 위협을 더 이상 느끼지 않게 된다면 단 한개의 핵무기도 필요없게 될 것”(10.11 외무성 대변인 담화)이며 우리의 최종목표는 조선반도에서 우리의 일방적인 무장해제로 이어지는비핵화’가 아니라 조미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조선반도와 그 주변에서 모든 핵 위협을 근원적으로 제거하는 비핵화”(10.3외무성 성명)라는 것이다. 또한 이번 6자회담에서 “각측이 성실히 이행해 나갈 것임을 해확인”(의장성명)했다고 하는 9.19공동성명의 기본은 북측의 핵 폐기와 미국측의 대북 적대시정책 중지의 맞교환(동시행동원칙)에 따르는 조선()반도의 비핵화이다.

이를 잣대로 해서 봤을 북측이 내놓은 금융제재와 유엔제재 해제,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의 토대가 되어 있는 법적 제도적 장치의 철폐, 경수로 제공 등의 주장에 대해서 “백화점식 나열”이니, (북측이)제재 해제에만 집착했다”고 하는 견해는 과연 타당한가?

김계관 북측 단장의 마지막날 발언을 편견 없이 다시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북측은 결코 제재 해제에 집착한 것이 아니라 “제재는 적대시정책의 집중적인 표현”이기 때문에 이를 해제해야 9.19공동성명 이행을 위한 신뢰의 분위기”가 조성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핵무기 문제는 “미국이 적대시정책을 완전히 철폐하고 신뢰가 조성돼서 위협을 더는 느끼지 않을 때에 가서 논의하자”는 것이다.

반면에 미국측이 모처럼 상부의 재량까지 받아서 내놓았다고 하는 제안은 어떤가? 언론이 전한 제안의 내용은 북이 핵폐기 1단계(원자로 가동 중지, IAEA사찰 허용) 들어가면 서면화된 체제안전보장이나 종전문서 서명 주로 대북 안전보장 조치를 제공하고, 2단계인 신고에 들어갈 경우 경제적 인도적 지원을 제공할 있다고 하는, 그대로 북측의 일방적인 폐기에 대한 ‘상응조치’었다. 때문에 이는 “동시행동 원칙을 견지하고 있는 북한을 설득하기에는 여전히 역부족”이며 “미국이 북한에게 ‘당근’을 부각함으로써 북한이 수용을 거부할 경우 대북 비난의 명분을 쥐기 위한 언론플레이라는 시각도 있다” (프레시안 12.20) 혹평이 나온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그들은 또한 6자회담과 병행해서 서로의 대사관에서 방코델타 아시아(BDA)문제로 북측과 회담을 하면서도 의연히 문제는 6자회담과 무관하다”는 기존의 주장을 되풀이했으며 북측이 문제로 회담을 하자고 했으나 미국측은 “장기적 과정”이니 뭐니 하면서 21 오전에 미국측 관계자들을 귀국시키고 말았다.

결국 북측 단장 말대로 대화와 압력, 당근과 채찍을 병행해 나온 미국에 북측이 대화와 방패로 맞서고 있는 현재의 조미대결 상황이 6자회담이라고 하는 공식마당에서 그대로 재현된 셈이다. 결과에 대해서 남측의 인터넷 언론은 6자회담의 판세는 모처럼 왕성한 협상의지를 보인 미국측이 의표를 찔린 형국”(통일뉴스 12.20)이라고 정확히 표현했었다.

요컨대, 6자회담이 재개되기 전부터 “북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없다”고 해왔다가 회담에서도 핵실험 이전과 이후의 구별도 없이 구태의연하게 북의 선핵폐기만을 고집했던 미국이 오히려 ‘가진 자의 논리’로 회담에 임했던 북측에 쩔쩔 맸다고 있지 않을까. (K)

2006.12.25

대동칼럼에 돌아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