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수계산이 통하지 않는 ‘초기조치’ 합의

2007 2 13, 5 6자회담 3단계회의(베이징)에서 9.19공동성명이 채택된지 17개월만에 이행을 위한 ‘초기조치’가 타결되었다.

진전에 대한 기대와 결렬에 대한 우려가 교착된 가운데 막바지에 와서 전격적으로 타결이 이뤄졌던 이번 회담은 북측 대표가 강조한 것처럼 중유나 몇톤 주고 받는 식의 산수적 계산 가지고는 이해할 수도 없고 풀릴 수도 없는 고도의 정치적 마당이었다.

이번 회담과 관련해서 산수계산이 통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은 우선, 회담이 그대로 6(, , , , , ) 의한 것이지만 사실은 조미 2자간의 문제라는 것을 새삼스럽게 부각시켰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회담 과정을 시시각각으로 전한 『통일뉴스』(서울) 2 14, “이번 협상의 전격 타결은 한반도 비핵화의 핵심당사자인 북한과 미국의 정치적 결단 때문”이라면서 “한마디로 이번 9.19초기조치’의 원형은 베를린합의라는데 이견이 있을 없다”고 썼다.

산수계산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은 또한 ‘초기조치’ 내용을 봐도 있다. 여기에 명기된 합의사항들은 북측의 의무사항 이행에 대해 얼마나 대가가 지불되는가 하는 물량적 계산의 문제가 아니라 조선()반도 비핵화를 위한 북측의 초기단계 약속(궁극적인 포기를 목적으로 하는 영변 핵시설 폐쇄·봉인, IAEA 요원 복귀 ) 미국의 대북 적대시정책 종식을 맞바꾼다고 하는 고도의 정치적 문제였다.

사실 미국측이 이번에 약속한 사항들(조미수교 회담 개시, 대북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과정 개시, 대적성국교역법 적용 종료 과정 전진, 다른 4자와 함께 약속한 대북 경제, 에너지, 인도적 지원 ) 모두 북측이 미국의 대북 적대시정책의 징표로 지목한 문제들이었다. 또한 이는 무슨 대가로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9.19공동성명에 명기된 “행동 행동”의 원칙에 따르는 조치들이다.

이렇게 일본 일부 언론들이 회담기간중에 퍼뜨렸던 북측의 ‘엄청난 대가요구’이니, 북의 일방적인 ‘핵 폐기’에 대한 ‘미카에리’(대가) 운운한 소리들은 완전히 빗나간 것들이었다.

이번 기회에 남은 물론 국제적으로도 지명도가 높아졌던 총련(재일본조선인총련합회) 기관지 『조선신보』(2.13) 기자가 지적한 것처럼 조선()반도의 비핵화는 북의 행동조치에 대한 ‘대가’를 계속 치르는것으로 실현되는 목표도 아니고 어느 일방이 변하는 것이 종착점이 되는 것도 아닌, “적대국간의 관계를 바꾸어나가는 과정”이다.

그래도 이런 문제를 끝내 산수계산식으로만 보려고 하는 사람들은 북측이 일관하게 표명해 왔던 ‘’미국의 강경에는 초강경으로 대응하겠다“는 ‘상대방 태도에 따르는 증강’의 논리나 “미국이 적대시정책을 그만둔다면 한발의 핵무기도 필요없다”는 ‘폐기를 전제로 하는 억지’의 논리를 기회에 다시 새겨둘 필요가 있다. 이는 2.13‘초기조치’ 타결의 배경을 보는데서 미국의 대북 적대시정책이 상대방을 보유국으로 만들었다느 사실과 함께 절대로 간과되어서는 안될 중대한 정치·군사문제이다.

이번 ‘초기조치’ 합의와 관련해서 나름대로 평론하거나, 또는 6자회담 당사자들의 역할에 대해서 점수를 먹이려 하는 사람들은 이를 잣대로 해서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물론 이번 합의는 어디까지나 ‘초기조치’이다. 이제는 “말 말” 단계는 지나가고 “행동 행동”으로 9.19공동성명을 이행할 단계에 들어갔다.

세간에서는 벌써부터 북측의 약속 이행에 대한 의심을 표시하거나 “검증” 운운하는 소리들이 들려오고 있다. 그러나 자체 의무사항을 이행할 확고한 의사를 표시한 북측 역시 앞으로 “행동 행동” 원칙이라는 잣대로 회담 당사자들의 약속 이행 여부를 지켜볼 것이며, 특히는 그를 통해서 미국의 정책전환 의사를 엄격히 검증해 나갈 것이다.

그나 저나 어리석고 가련한 것은 일본정부이다. 조일 양국이 일본의 과거청산문제와 동시에 다뤄야   현안문제로서의 ‘납치’문제를 조선()반도, 나아가서 아시아의 평화, 안전과 관련되는 비핵화 문제와 등가계산하려는 그들은 산수조차 모르는 사람들이라고 해야겠다. (K)

2007.2.16

대동칼럼에 돌아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