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비싼 대가를 치르는 미국
주변에서는 지금의 상황을 “2.13합의 이행에 제동이 걸렸다”는 식으로 우려하고 있다.
분석가나 언론들은 이같은 사태가 마치나 북측에서 2.13합의에 따르는 초기조치(영변 핵시설 가동중단과 폐쇄) 시한(4월 14일)을 넘김으로써 빚어진 것처럼 말하고 있으며, 미국이 마카오의 방코델타 아시아(BDA)에 있는 북의 자금을 동결해제했음에도 불구하고 북측이 계속 침묵하고 있는데 대한 “초조감”이니, “인내력의 한계”에 대해 운운하기까지 하고 있다.
그러나 북의 외무성 대변인은 4월 13일, 이 문제에 관한 조선중앙통신사 기자의 물음에 답하면서 미국과 마카오 당국의 자금동결 해제 발표(4.10)에 “유의”하며 그 “실효성 여부에 대하여 곧 확인”해볼 것이라면서 “2.13합의를 이행하려는 우리의 의지에는 변함이 없으며 제재 해제가 현실로 증명되었을 때 우리도 행동할 것”이라고 언명했다.
비록 간단한 언급이기는 하지만 그 내용은 2.13합의를 이행하려는 북측의 의사는 확고하다는 것과 또한 대북제재 해제가 현실로 증명되었을 때 북측도 행동하겠다는 두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따라서 초기조치 시한을 넘긴 일이나 그로 인해서 2.13합의 이행이 지체된 원인과 책임은 아직도 제재 해제가 현실로 증명될만한 상황이 못된다는데서 찾아야 할 것이다.
“상대방이 자금 동결을 해제했으면 되었지 또 무엇이 필요한가?”, 이렇게 반문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돈 몇푼이 동결해제된다는 기술실무적 차원이 아니라 미국의 대북제재가 완전히 해제되었는가 어떤가에 있는 것이다.
이제는 북측의 대변자처럼 공인되어 있는 『조선신보』인터넷판(4.12)은 “BDA문제 해결이 지연되게 된 것은 조선과의 관계에서 과거의 적대행위를 전혀 시정하지 않고 어물쩍하려 했던 미국의 태도에 원인이 있었다”고. 비난했다. 신문은 지금이 북에서 “2.13합의의 이행을 보류”하고 있는 상태라는 표현을 쓰면서 그것은 “비핵화 방향으로 발걸음을 뗄 수 있는 조건을 미국측이 마련하지 않았기 때문”이며 “(북측은)BDA문제를 단순한 돈 문제가 아니라 정치, 군사적인 대결관계에 있는 조미 두 나라가 과거의 대립점을 해소하고 신뢰를 조성하는 문제로 보았다”고. 전했다.
남측에서도 정부 관계자였던 한 인사는 “북한이 원했던 것과 미국이 해준 것 사이에 갭이 있다”고. 지적했다.
남측의 어떤 연구자의 분석은 더 구체적이다. 그는 “미국은 BDA내 북한자금을 돌려주되 그 불법성을 부각시켜 향후 언제라도 북한의 국제금융거래에 제동을 걸 수 있는 근거를 확보하려는 반면, 북한은 자유로운 국제금융씨스템의 이용권을 요구하고 있다”며 “이같은 북미 양측의 속셈 때문제 2.13합의의 이행이 지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엄밀히 말해 BDA문제가 지연된 책임이 북측에 있지 않고, 따라서 2.13합의의 미이행 책임도 북측에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프레시안 4.17).
또한 러시아 6자회담 수석대표인 알렉산드르 로슈코브 외무차관은 미국이 대북 금융제재를 해결하지 못해 6자회담이 재개되지 못하고 있다고 하면서 “미국의 재무당국은 이 돈의 사용을 가로막는 것들을 해제하지 못하고 있다”고 역시 현 상황의 책임이 미국에 있다고 주장했으며, 미국 국내에서도 전 국무부 관리 조엘 위튼씨가 “이번 사태는 BDA약속을 먼저 이행하지 못한 미국측 책임이 크다”고 말했다.
일련의 주장들을 보면 현 사태는 2.13합의 이후에 미국이 자기들의 대북 적대시정책 중지 의무에 대해서는 적당히 넘기고 북측의 의무사항에 대해서만 강조하는 자세로 ‘행동 대 행동’의 원칙을 지키지 않고 BDA문제에서도 그 연장선상에서 북측과 마카오측에 책임을 떠넘긴데 원인이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보다 근본적인데 있을 것 같다. 그것은 북을 ‘악의 축’, ‘핵 선제공격의 대상’으로 지목해서 그 체제전복까지 노렸다가 상대방을 핵 보유국으로 만들어버린 미국이 이번에는 대북제재를 똑똑히 해제하지 않은채 넘기려 했다가 다시 비싼 대가를 치르게 되었다는 것이다. (K)
2007.4.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