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에서 진행된 맞바꾸기
4월 27일, 워싱턴에서 열린 미일 정상회담은 그 내용에 있어서 하나의 거래마당이나 같은 것이었다.
부시 대통령은 이 회담에서 “미국은 북이 납치 문제를 해결하기 전에 북을 테러 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할 계획이 전혀 없다”고 공식표명했다.
그에 대해서 아베 총리가 치른 대가는 최신예 전투기 F-22 100대를 구매키로 한다는 300억달러짜리 선물과 미국의 대 이라크 정책 지지표명 등, 그리고 “개인으로서 또 총리로서 어려움을 겪었던 종군위안부 출신들에게 가슴속 깊은 곳으로부터 연민의 정을 느낀다”“는 ‘사죄발언’이었다.
일본측은 또한 이 대가가 효력을 갖도록 35년전에 있은 일을 새삼스럽게 부각시켜서 ‘납치’문제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애써 강조하려 했을 뿐 아니라, 이 문제를 그들이 대북 적대관계의 ‘인질’로 삼고 있는 재일본조선인총련합회(총련)과 결부시키기 위해 아베 총리의 방미 전날에 관련기관에 대한 어마어마한 강제수을 벌였다.
이처럼 이날 정상회담은 국제 외교분석가들이 “30년 전의 과거사와 60여년 전의 과거사를 맞바꿨다”(경향신문 인터넷판 4.27)고 지적한 대로 회담이라기보다 완전히 정치적 거래의 마당이었다.
또 한가지 잊어서는 안될 것은 마카오의 방코델타아시아(BDA)의 자금 반환 문제로 2.13합의의 초기단계 조치가 지연되고 있는 가운데 부시 대통령이 이날 정상회담에서 이 문제에 대해 처음으로 공식 입장을 표명했다는 것이다. 그 내용이란 “어려운 북핵문제는 외교를 통해 해결하는게 최상책”이라면서도 “그러나 우리는 추가제재를 가할 능력을 갖고 있다”는 것인데, 이는 사실상 북에 대한 ‘시한’ 설정이자 압박이었다.
그런데 “부시 행정부가 최근 대북정책을 유화적으로 변화한 데 대해 화가 나 있는 상태”(워싱턴 포스트 4.27)였다고 하는 일본이 이처럼 “최상의 선물”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렇지 않아도 음습하고 유치하다는 평인 아베 총리의 표정이 밝지 못했다고 한다. 그것은 아마도 그가 미국 체류중에 목격했던 일과 그를 통해서 확인된 냉엄한 현실 때문인 것 같다.
미일 정상회담이 진행되었을 때 그와 시간을 맞추어 백악관 주변에서는 재미동포, 중국계, 미국인들 230여명이 침묵시위를 벌여 일본에 대해 위안부 강제동원 사실 인정과 공식사과를 요구했다.
그리고 아베 총리의 ‘사죄발언’에 대해서도 현지에서는 “가슴에서 우러나온 매우 솔직한 것”이라고 했던 부시 대통령의 평가와 달리 ‘종군위안부’ 강제동원의 주체인 일본군이나 일본 정부를 명시하지 않았기 때문에 “강제동원이라는 증거가 없다”고 했던 그의 종래 입장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고 “무뉘만의 사죄”에 불과했다는 비난이 나왔다. 특히 이 ‘사죄발언’을 들은 펠로시 하원 의장은 아베 총리의 진의를 추궁하려 했으나 질문을 하지 못했으며, 하원 외교위 소속 보좌관들도 기대에 못미치는 발언에 당황했다(국민일보 쿠키뉴스 4.28)고 한다.
결국 그의 ‘사죄’는 우리 민족의 원한은 물론 세계의 비난을 지정시키지 못했으며, 마이크 혼다 연방 하원 의원이 지난 1월 31일에 제출한 결의안에 지지서명한 의원 수는 현재 93명으로 확인되어 있으며 조만간 100명선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오마이뉴스 4.27).
흡족해 하지 못할 처지는 부시 대통령도 마찬가지이다.
애당초 2.13합의와 그 이행이 지연되고 있는 문제로 말하면 일방이 마음대로 ‘시한’을 정해서 상대방에게 압력을 가할 문제가 아니라, ‘행동 대 행동의 원칙’에 비추어 미국이 생각해볼 문제, 다시 말해서 미국이 북을 적대시하지 않기로 했던 약속을 성실히 지키지 않음으로써 야기된 문제이다.
이남의 노회찬 국회의원이 “2.13합의가 이행되려면, 타당성 없이 BDA를 ‘돈세탁은행’으로 지칭한 미국이 먼저 결단해야 한다”(통일뉴스 4.27)고 말했는데, 지금 이같은 견해와 주장이 내외에서 확산되고 있다. 그리고 그들은 요즘의 미국의 ‘정책 변화’에 대한 회의심을 깊이고 있다.
미국과 일본은 요즘 “양국관계에 잔물결이 일고 있다”고 하는 소문을 애써 부정하려고 새삼스럽게 ‘동맹관계’를 연출했겠지만 그보다도 심사숙고할 일이 있을 것 같다. (K)
2007.4.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