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인 열차 시험운행을 보고
5월 17일, 조선(한)반도 동서부에서 이미 남북으로 이어졌던 철길 위에 드디어 열차가 달렸다.
분단된 조국의 남과 북, 또는 해외에서 “철마는 달리고 싶다”, “통일열차 달린다”고 절절한 통일염원을 외치며 노래해온 겨레들은 오전 11시 30분에 동시에 출발했다가 경의선(문산―개성)을 달리던 열차가 12시 18분에, 동행선(금강산―게진)을 달리던 열차가 12시 21분에 군사분계선을 넘었을 때 얼마나 가슴 설레이었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1회성의 시험운전이기는 했지만 이번 일이 갖는 의미는 결코 작지 않았다.
그런데 참으로 유감하게는 이남과 조선(한)반도 주변에서는 이번 열차 시험운행에 재를 뿌리는듯한 잡소리들이 들려 왔다. 한마디로 남측은 이번 일로 감격하고 흥분했던 반면에 북측은 “소극적”이고 “냉담했다”는 것이다.
더욱이 한심하게는 이번 일 때문에 남측에서 “투입한 비용”이 얼마이며, “북측에 지원”한 몫은 또 얼마 하는 식의 기사부터 실었던 『조선일보』(5.17)의 자세는 시험운행과 관련해서 “지구상에서 가장 비싼 열차 티켓”이라고 비꼬아댔던 미국 전직 관료의 발언과 신통히도 맥을 같이 한 것이었으며, 또한 남북에서 사용한 열차의 “기술적 격차”를 부각시킨 『동아일보』(5.18)의 보도는 “북측의 시설 노후화나 전력부족 때문에 (정식개통)실현은 쉽지 않을 것”이라던 일본 『아사히신붕』의 보도와 똑 같았다.
참으로 어이 없는 일이다. 50여년만에 이루어졌던 통일에로의 또 한걸음의 전진인데 여기에 비용이 좀 들면 어떻고 남과 북의 열차가 다르면 또 어떻다는 말인가.
그런데 문제는, 그들 말대로 과연 북측의 자세가 소극적이고 냉담했던가 하는 것이다.
이번에 남측 언론의 관심이 주로 경의선쪽에 쏠렸다는 인상을 받았지만, 동해선 시험운행에서도 출발에 앞서 남측의 이용섭 건설교통부 장관과 북측의 김용삼 철도상 사이에서 “뜻깊은 날이다”(남), “얼마나 많은 우리 겨레가 오늘을 기다렸는가”(북)는 말이 오갔던 금강산역에서는 주목할만한 광경이 벌어졌다.
이날 시험운행에 쓰이던 북측 열차에는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께서 몸소 오르셨던 차”라는 글이 새겨져 있었는데, 김 철도상은 “우리 수령님의 통일 유훈을 관철하자는 의미를 담아서 일부러 이 열차를 가져 왔다”고 말했다 한다.
김일성 주석의 ‘통일 유훈’ 이라고 하면 생각나는 것이 판문점에 세워진 “김일성 1994.7.7”이라는 ‘친필비’와 함께 남북 최고위급회담을 앞두고 서울에는 열차를 타고 가겠다고 했던 김 주서석의 유언일 것이다. 그러고 보면 북측은 이번 열차 시험운행에 나름대로 깊은 의도를 품고 임했을 것이다.
그럼 그 의도는 또 무엇일까? 경의선 시험운행 열차에 탑승했던 북측의 권호웅 내각 참사가는 문산역에서 남측의 이재정 통일부장관에게 “포부는 원대하게 가지고 소박하게 시작해서 앞으로 좋은 일을 많이 만들자”고 말했다. 또한 기념행사 연설에서는 “우리는 더 큰 하나가 되어 민족자주, 민족공조의 궤도를 따라 힘차게 달려야 하며 이 궤도에서 절대로 탈선하거나 주춤거리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발언으로 봐서 북측은 이번에 “출발”보다 “앞으로”에 방점을 찍지 않았을까.
생각해보니 이 5월 17일은 박정희가 군사쿠데타를 일으켜 ‘반공국시’로 통일에 차단봉을 내리웠던 5월 16일(1961년)의 다음날이며, 남녘 동포들속에서 자주·민주·통일의 새 기운이 높아가는 계기가 되었던 1980년의 5.18광주 민중항쟁 기념일의 전날이기도 한다.
5.16은 우리로 하여금 다시는 민족의 통일염원에 차단봉이 내리워지게 해서는 안된다고 마음 먹게 하는 날이며, 특히 올해 이남에서 대선이 있게 되는 것과 관련해서 그같은 생각을 보다 굳게 가지게 된다. 그리고 5.18은 남녘동포들의 64.0%가 “진상규명이 아직 미흡하다”고 말한 것처럼 아직 그 상처가 아물지 않고 있다. 이 상처를 아물게 하는 것이야 말로 자주와 통일인데, 그런 의미에서 5.17은 미래지향적으로 겨레의 가슴속에 남게 될 것이다.
그같은 의미에서 필자는 “이번 시험운행은 6.15공동선언의 직접적 산물”이며 “철마는 ‘6.15시대’를 보다 속도감 있게 전진시킬 것’”(통일뉴스 5.16)이라는 견해에 동감이다. (M)
2007.5.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