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가 국제문제라고?
“남북문제는 민족 내부문제인 동시에 국제적 문제다. 배타적 민족주의로는 남북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며, 세계속에서 한민족 좌표를 설정하고 더 넓은 시각에서 해결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는 통일의 한쪽 당사자이자 동족이 사는 지역 이남의 새 대통령이, 그것도 온 겨레가 반외세자주의 정신을 재확인하는 3.1절에 한 발언이다.
남북관계를 “나라와 나라 사이의 관계가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관계”라고 규정하고 선포한 남북 기본합의서의 정신에 전적으로 위배될 뿐 아니라, 특정 계급이나 이념의 논리가 아닌 민족의 논리를 바탕으로 마련되어온 7.4공동성명, 6.15공동선언, 10.4선언에 공공연히 도전장을 보낸 것이나 다름 없는 발언이자 자세이다.
그가 남북관계 문제를 “이념의 잣대가 아니라 실용의 잣대로 풀어 나가겠다”고 했던 뜻이 바로 이것이었다는 말일까?
자기 민족 문제야 그 구성원들이 풀어야지, 고금동서에 다른 나라, 다른 민족의 문제를 국제사회에서 풀어준 예가 어디 있으며, 이처럼 상식적인 입장을 취한다고 어떻게 “배타주의”가 되는지, 참으로 그 사람이 민족·민족주의에 대해서 알기나 하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조선(한)반도가 역사적으로 열강들의 각축전 마당으로 되어 왔는데 그런 열강들을 보고 “우리 문제를 잘 풀어 주십소사”했던 어리석은 권력자 때문에 우리 민족의 운명이 어떻게 되었는가. 멀리 거슬러 올라갈 것도 없이 일제의 식민지 지배가 바탕이 되어 조선(한)반도가 외세에 의해서 인위적으로 분단된 이후에 생긴 특수한 유형의 민족문제인 통일문제를 푸는데서 외세에 의존하거나 그들의 간섭을 허용했다가 이 분단상황을 60년이 넘토록 장기화시킨 교훈에 대해서 그는 과연 어떻게 생각해 왔는지? 혹은 그같은 문제에는 아예 관심도 안갖고 장사를 통해서 실용만을 추구해 온 것인지?
무지에서 온 것인지 의도적인 왜곡이었는지는 몰라도, 일본 언론은 지금까지 남북회담 소식을 전하면서 개성을 “국경도시”라고 했으며, 2000년의 시드니 올림픽 개막식 때 남북 선수들이 ‘통일기’를 앞세우고 공동입장했던 모습을 전했을 때는 “양국 선수들이 손 잡고”하는 식으로 말했다가 겨레의 눈총을 맞았다.
또한 이남의 정부가 ‘북방정책’을 추구했던 당시 어제까지 우리의 통일을 지지했던 나라들이 “조선(한)반도에 두개 국가가 존재하는 것은 엄연한 현실”이라고 자기 변심을 정당화했었다.
그러나 이는 모두 당사자가 아닌 남의 나라 사람들이 한 말들이었다. 과거에 분단 고착화를 추구했던 이남의 군부독재정권조차 남북관계가 “국제문제”라는 말만은 감히 입에 담지 못했다. 그런데 그같은 말들에 박수를 보내는 것이나 다름 없는 발언이 이남의 새 대통령의 입에서 나왔으니 온 겨레는 경악을 금치 못해하고 있을 것이다.
또한 그가 말한 “배타적 민족주의”가 아닌 “넓은 시각”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하는 것도, 스스로가 집권 이전부터 “한미동맹 강화”에 대해서 거듭 강조해온 사실이나, 3.1절 기념사에서 “일본의 과거사를 묻지 않겠다”고 말했다가 3.1절을 ‘친일절’로 만들었다고 비난받은 사실을 보면 대체로 알만하다.
결국 남북이 서로 다른 나라처럼 살고, 대북관계는 물론 민족의 운명이나 이익은 조선(한)반도를 상시적으로 노리는 외세에 내맡기면서까지 ‘실용’을 추구하겠다는 것이 새 대통령의 생각이라고 밖에 달리 볼 수 없다.
이같은 자세로 대북관계에 임해봐야 상대방이 도저히 안받아들인다는 것은 더 말할 것도 없고, 이남 동포들의 지지도 받지 못할 것이다.
이남에서 최근에 개봉된 ‘바보’라는 영화가 힛작이 되었다고 하는데, 그의 웃음이 세상을 행복하게 만든다고 하는 주인공의 순수함이 사람들을 감동시켰다 한다.
새 대통령은 우리 민족으로부터 “바보” 소리를 듣고 외면당하지 않도록 처신해야 할 것이다. (S)
2008.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