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건 “협의”나 “재검토”가 아니라 존중과 이행의 자세 표명이다
6월 15일을 사흘 앞둔 6월 12일, 이남의 김하중 통일부 장관은 “이명박 정부는 …과거 남북간에 이루어진 여러 가지 합의들, 즉 7.4공동성명, 남북기본합의서, 한반도비확화공동선언, 또 6.15공동선언과 10.4선언 이행문제에 관하여 북한과 협의를 할 용의가 있습니다. 앞으로 어떠한 사항들을 이행하여 나아갈 것인지에 관하여 현실을 바탕으로 상호존중의 정신 하에서 검토해 나가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하고는 북측에 대해서 “북한이 하루속히 대화의 장으로 나오기를 바랍니다”라고 촉구했다 한다(통일뉴스 6.12).
그는 요즘 기회 있을 때마다 이 말을 하는데, 이명박 정부가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을 사실상 외면했던 조건에서, 그 대북·통일부문 주무부처 장관이 이런 말을 몇번 했다고 해도 별반 놀라운 일은 아니다. 문제는 그의 이날 발언이 6.15공동선언 발표 8주년 기념행사에서, 그것도 축사속에서 행해졌다는데 있다.
이 기념행사는 ‘김대중평화센터’ 주최로 서울에서 열렸는데 6.15공동선언 탄생의 남측 주역들과 이남의 현직 정치권 인사들은 물론,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도 참석하고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으로부터도 축하메시지가 보내왔다 한다.
보도들에 의하면 이날 행사는 행사위원장인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이 “북한과 미국의 관계 정상화가 곧 이뤄질 것이고, 최근 북한과 일본의 대화도 시작되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새 정부 들어 남북관계가 경색되고 있는 상황은 안타깝다”며 정부가 6.15공동선언을 존중하고 이행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밝혀야 한다고 강력히 촉구한 것처럼 “이명박 정부에게 6.15선언과 10.4선언 이행을 선언하고 전면적인 남북관계 복원에 나설 것을 압박하는 자리였다”(오마이뉴스 6.12)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을 존중하고 이행할 의사를 표시할 대신 선언들의 이행 여부에 대해 북과 “협의할 용의가 있다”는 평소의 애매모호한 자세를 거듭 표시하고, 자기들의 그릇된 대북정책이 남북관계를 지금처럼 경색국면에 몰아넣었는데도 북을 보고 “하루 속히 대화의 장으로 나오기를 바란다”고 주객이 전도된 책임회피론까지 늘어놓았다.
참으로 “이 바보야” 소리를 들어도 이상하지 않을만한 발언이었다.
어찌 그러지 않겠는가. 이날 행사에서 발표된 선언문은 “6.15공동선언은 10.4선언과 함께 남북정상이 직접 서명하고, 또한 실천해온 역사적인 문서이다. 정상이 만나 서명한 문서를 다음 정부가 묵살한다면 어떻게 남북간에 신뢰를 쌓아 갈 수 있겠는가?”고. 지적했는데, 김 장관에게 모두가 바랬던 것은 이에 대한 명확한 대답이었던 것이다.
최근에 방북했던 이남의 어떤 사람에 의하면 그곳 사람들도 쌀도, 비료도 다 필요 없다, 그냥 6.15를 계승하겠다는 말만 하면 이명박 대통령을 비판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한다(프레시안 6.12).
조일관계를 지금과 같이 악화시킨 장본인이기도 하는 일본의 아베 전 총리는 미국 부시 행정부의 대북 적대시정책이 실패하고 결국은 전임자(클린턴)가 거친 과정을 탑습하게 되었는데도 대북 강경적대시 정책에 계속 메달리고 부시 대통령을 찾아가서 또는 6자회담에서 ‘납치’문제를 잊지 말아달라고 우겼다가 망신했는데, 사람들은 그런 모습을 보고 KY(空氣が讀めない〓눈치가 없다, 둔하다)고 비웃었다.
만약에 6.15와 10.4에 대한 존중과 이행을 바라는 주변의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부가 계속 ‘무시’자세를 고집한다면 그들 역시 한심한 KY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래도 통일부 장관이 6.15관련행사에 가서 축사를 했다는 것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는 처사”라고 하는 견해도 있지만, 그만큼 그들이 두 선언을 무시하지 못할 상황에로 내몰리우고 있다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할 것 같다,.
그러나 지금의 ‘무시’ 자세가 6.15와 10.4의 ‘폐기’자세로 변한다면, 그때 가서는 미국산 미친 쇠고기를 무작정 사들인 대미추종 때문에 촛불을 든 남녘동포들의 규탄에 직면하고 있는 이명박 정부가 이번에는 온 겨레의 규탄을 받게 될 것임은 명백하다.(K)
2008.6.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