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조선(한)반도의 현 상황을 어떻게 볼 것인가
강민화(대동연구소 소장)
최석룡(통일평론 편집장)
시대의 변화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한다
지금도 흐름은 변하지 않고 았다
최석룡 : 강 소장님과 연초에 대담을 진행한 것이 엇그제 같은데, 벌써 금년도 후반기가 되었습니다.
지금의 정세를 보면 원유가와 식량값의 폭등, 그에 따르는 물가고 등으로 각국의 경제가 전례없는 불안정상태에 있는 등 국제정세도 복잡합니다만, 조선(한)반도 정세를 보아도 6자회담이 새 단계를 향해서 진전되는 한편, 남북관계가 ‘6.15시대’라고 불리울 정도의 화해·협력 무드로부터 당국간 대화가 일체 단절될만큼 크게 후퇴하고 있습니다.
강 소장님은 지난번 대담에서 지금은 시대의 변화에 따르는 신구갈등의 과정에 있으며, 금년도 그 과정속의 한해로 봐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지금도 그 말씀이 인상깊은데 현 상황에 대해서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강민화 : 예, 실은 최근에 여러 사람들로부터 그같은 질문을 받습니다. 그중에는 “당신의 예상이 빗나가지 않았나” 하는 의견도 있어서 좀 따분하기도 했구요(웃음). 그래서, 먼저 내가 지난번에 말씀드린 시대의 변화라는 문제에 대해서 다시 정리해보기로 하겠습니다. 내가 시대의 변화라고 한 것은 냉전후 미국의 단독지배 질서가 종식되고 있다는 뜻이었습니다. 물론 이같은 변화는 점이 아니라 선, 다시 말해서 과정으로 봐야 합니다. 그래서 지금은 시대의 변화에 따르는 신구갈등의 과정에 있다고 말씀드린 것입니다.
최 : 지금도 그 흐름은 변하지 않았다?
강 : 그렇습니다. 아까 최 편집장님이 세계적 규모에서 지금까지 있어보지 못했던 경제적 불안정상태에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런데 지난번에 일본 혹카이도 도야호(洞爺湖)에서 열렸던 G8가 그에 대해서 아무런 타개책도 내놓지 못한채 맛 있는 음식이나 먹는 쇼(show)로 끝난 것처럼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은 사실상 속수무책이었습니다. 그들의 힘이 얼마나 약화되고 있는가 하는 것이지요.
미국의 대북제재 해제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최 : 조선(한)반도에 시선을 옮겨 볼까요?. 그동안 6자회담과 조미관계에서 가시적인 진전이 있었다고 보는데.
강 : 예, 6월 26일에 북이 핵 프로그램 신고서를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에 제출했습니다. 이와 동시에 미국은 북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하고 ‘적성국교역법’ 적용대상으로부터도 제외하겠다고 공식표명했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날인 27일에는 그같은 일을 상징하듯 북의 영변 핵시설에 있던 냉각탑이 폭파되고 그 장면이 세계에 방영되었습니다.
이남의 현대경제연구원은 만약에 미국에 의한 대북 경제제재가 일부 해제된 가운데 향후 조미간 교역관계가 정상화되면 북의 대외무역액이 현재의 19배로 확대될 것이라고 분석(연합뉴스 7.1)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는 그같은 경제적 효과 이상의, 나아가서 2000년 10월에 조미 양국이 공동커뮈니케를 통해서 적대관계의 종식을 표명했던 것보다 큰 의미를 갖습니다.
다시 말해서 이는, 1866년의 셔먼호사건 이후 오늘까지 북과 적대관계에 있는 미국이 북을 “악의 축”이라고 규정하고 핵 선제공격을 가하겠다고까지 했을 정도로 적대시했던 현 부시 행정부에 와서 스스로의 대북 적대시정책의 전환을 법적으로 실천에 옮긴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로써 불안정한 정전상태가 계속되어온 조선(한)반도가 전쟁상태의 종결과 평화에로 보다 전진하는 전망이 열렸다고 할 수 있겠지요. 물론 이것은 6자회담에서 합의된 ‘행동 대 행동’ 원칙에 따른 것이지만, 지난번에 말씀드린 바와 같이 2006년 10월에 북에서 실시했던 지하핵실험에 의해서 부시 행정부의 강경한 대북 적대시정책이 실패로 끝난 연장선상에 있습니다.
6.15와 10.4 무시하는 이명박 정부
남북관계 경색의 원인은?
최 : 문제는 조선(한)반도에서의 남북관계 현황입니다. 지난번 대담에서 소장님은 비록 이남에서 정권이 바뀌어도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에 따라서 화해와 협력, 평화와 번영, 통일에로 나가는 흐름을 크게 바꿀 수 없다는 내용으로 말씀하셨습니다. 그런 의미에서는 유감하지만 예상이 빗나갔다고 할 수 없는지요?
강 : 이거, 아무래도 “예상이 빗나갔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겠구만요(웃음). 사실 남북관계는 당시에 예상한 이상으로 크게 후퇴했습니다. 그 원인은 더 말할 것도 없이 이남의 현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에 있습니다.
그들은 대선 직후에 이남 여론의 69.9%가 정권이 바뀌어도 “선임자(참여정부)의 대북정책 기조를 계승해야 한다”고 염원(통일뉴스 07.12.13)했음에도 불구하고 “과거 정권이 북한 비위를 일방적으로 맞추던 것은 변화가 있을 것”이라면서 그를 무시했습니다. 그래서 2월 25일에 취임하자 마자 남북관계가 “이념의 잣대가 아니라 실용의 잣대로 발전해야 한다”면서 이미 알려진 것처럼 “북이 핵을 포기하면 그 대가로 북의 국민소득을 3000달러로 올려주겠다”고 하는 ‘비핵개방 3000구상’을 내놓았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북측으로부터 “주제넘은 소리”라고 일축당한 것은 물론 이남 내부에서나 국제사회에서도 지지를 얻지 못했습니다.
결국 그들은 정권발족후 약 반년이 지난 최근에 와서 통일부를 통해서 자기들의 대북정책을 ‘상생과 공영’이라는 것으로 공식화했습니다.
6.15와 10.4를 과거의 남북합의와 동렬에 둔다?
최 : 그런데 아직은 그 구체적인 내용이 밝혀지지 않았고, 뭔가 중요한 문제가 빠져 있다는 감을 면할 수 없습니다. 이제는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을 빼놓고 남북관계에 대해서 생각할 수 없지 않습니까. 그런데 그들은 지금도 두 선언을 존중한다는 말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반면에 “무시하는 것이 아니다”, 이렇게도 말합니다. 이 정권이 발족된지 반년이 지났습니다만, 결국 그들의 대북정책 자체가 아직 확정되지 않은 것이 아니겠는지요.
강 : 그들은 당초부터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에 대해서 “사업의 타당성, 재정의 부담성, 국민적 합의” 등을 기준으로 해서 재검토하겠다고 해왔는데, 그후에 하는 말들을 들어 보니까 6.15공동선언과 10.4선언뿐 아니라 다른 합의문서들도 함께 존중해야 한다는 것 같습니다. 그같은 입장이나 주장은 이 대통령이 7월 11일에 한 국회 시정연설에서 “과거 남북간에 합의된 7.4공동성명, 남북기본합의서, 비핵화 공동선언, 6.15공동선언, 10.4정상선언을 어떻게 이행해 나갈 것인지에 관하여 북측과 진지하게 협의할 용의가 있다”고 말한데 집약되었습니다.
그들이 이렇게 말하는 근거인데, 그동안의 주장이나 언론들을 보면, 하나는 이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에서 “남북관계는 선언의 시대를 넘어 실천의 시대로 나가야 한다”고 말한 것처럼 두 선언이 “아무것도 실천되지 않았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두 선언에는 “핵문제가 다뤄지지 않았다”(중앙일보 7.30), “상호불가침의 문제도 포함되지 않았다”, “10.4선언 이행에 따른 한국 정부의 재정부담이 천문학적이라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동아일보 7.30)는 것, 또한 남북 기본합의서는 “남북간 모든 이슈를 포괄하고 있으며 양측의 총리가 서명하고 입법부 등이 비준하는 등 절차적 완결성을 갖줬”다(같은 신문)는 것 같습니다.
목적은 의의와 가치를 약화시키고 무효화하려는 것
최 : 지금까지 6.15공동선언에 대해서 한사코 반대하면서 그 폐기까지 주장했던 한나라당의 정권이기 때문에 그렇게 말한다고 해도 별반 노라운 일도 아닙니다만, 결국은 두 선언을 공공연히 폐기하기가 곤난하기 때문에 그 가치나 의의를 약화시키고 무력화해버리자는 것이 아닐까요?
그렇다 쳐도 그들의 주장은 억망입니다. 7.4공동성명이나 남북 기본합의서에 대해서 반대할 사람이야 있겠습니까만, 그 문건들을 6.15공동선언이나 10.4선언과 동렬의 위치에 둘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이명박 정부가 자꾸 남북 기본합의서에 대해서 말하지만 그들이 과연 그 내용에 대해서 알기나 하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