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자주 이념 연구 3
강민화(대동연구소 소장)
〈 차 례 〉
(1)반제자주
세력의
이념적
기초
(2)민족자주이념
대 ‘세계화’전략
사이의
이념 대결
(1)이념의
위력은
무엇으로
담보되는가
(2)선군정치란?
(3)선군정치는
민족자주
이념의
위력을 담보하는
힘
어떤 사람들은 냉전이 종식된 이후 세계적으로 가시화된 대표적인 대결 상황은 민족분쟁, 종교분쟁, 자원분쟁이라고 하면서 이제 이데올로기 대결은 끝났다고 말한다.
냉전 이후 지구상에서 민족분쟁, 종교분쟁, 자원분쟁이 치열해졌다는데 대해서는 필자도 이견이 없다. 다만 그 가운데서 가장 심각하고 날카롭게 부상한 것은 민족문제이라는 것을 여기에 보충함과 동시에 냉전의 종식으로 이데올로기 대결이 끝났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의문부를 붙여야 할 것이다.
소련, 유고, 체코와 같은 다민족국가들에서 사회주의체제가 붕괴된 후 이 나라들이 민족단위로 분리된 것을 보고 세상사람들은 냉전 이후 민족문제가 보다 심각하고 복잡하게 제기되었다는 것을 실감했을 것이다. 또한 아제르바이쟌 민족분쟁, 보스니아와 헤르체코비나의 분쟁, 피지섬의 인디아와 포리네시아계 사이의 분쟁, 멕시코 치아파스의 분쟁, 아마존 상류의 원주민문제, 나이제리아에서의 부족전쟁, 팔레스타인문제, 르완다 민족분쟁 등도 그같은 사례로 된다.
문제는 이같은 민족문제나 분쟁을 악용하거나 조장시켜서 냉전후 세계를 복잡하게 만든 장본인이 누구인가 하는 것이다. 그것은 다름 아닌 소련과의 대결에서 ‘승자’가 되어 세계를 단독지배하려는 야망을 노골적으로 추구하고 있는 제국주의 미국이다.
냉전체제가 붕괴된 당시까지만 해도 이를 자본주의의 승리이자 사회주의의 패배라고 단순하고 안이하게 보았던 사람들도 지금에 와서는 냉전의 종식이 제국주의, 지배주의의 전횡을 더욱 극대화시키고 있으며 그들이 약소민족들에 대한 간섭과 압력을 더 노골화하고 있으며 그들의 주체성을 약화시키고 창조력을 억누르는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있을 것이다. 한마디로 말해서 냉전의 종식이 실제적으로 가져온 것이란 세계의 다극화가 아닌 1극화의 추구였으며 평화가 아닌 전쟁이었다.
그렇다고 미국이 이제는 이전의 소련과 같은 대항세력도 없이 제 마음대로 세계의 1극지배를 추구하게 되었다고 보는 것은 결코 정확한 판단이 못된다.
미국은 2001년의 9.11테러사건 이후 세계를 ‘반테러 대 테러’의 도식으로 갈라놓고 유엔이나 국제여론의 반대를 무시해서 이라크 침공을 강행했기 때문에 겉으로는 그들이 제 마음대로 행세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같이 주장하는 사람들은 냉전후의 세계가 미국에 의해서 단독지배된 것이 아니라 제국주의 대 반제자주세력의 구도로 바뀐데 대해서, 그리고 이 반제자주세력의 중심에는 이북의 사회주의역량이 서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하거나 똑똑히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사실 미국의 한 학자는 “북조선의 사회주의 실체는 미국이 주도하는 새 시기 국제질서에 정면으로 돌파구를 낼 수 있는 가장 위험한 존재”라고 지적했다(65).
이북은 냉전시기는 물론 냉전 이후도 미국과 당당하게 맞서왔다. 그리하여 클린턴 정권이 추구했던 대북 고립·압살 정책을 ‘연착륙’→‘협상’으로 후퇴시키고 마침내 “자기들이 바라는 북조선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북조선을 상대해야 한다”(2001년 페리보고서)고 그들의 항복을 이끌어냈다. 그리고 그 후임자인 부시 현 정권 역시 2기에 걸쳐 이북을 ‘악의 축’, 핵 선제공격 대상으로 규정해서 적대시하면서 선임자들보다 더 강도높은 대북 고립·압살책을 추구했음에도 불구하고 마침내 “북조선을 주권국가로 인정”하며 “침공할 의사가 없다”는 항복서(2005.9.11 4차 6자회담 공동성명)에 사인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한편 이같은 대미대결은 6.15공동선언이 발표된 이후 다른 양상을 띠게 되었다. 이북에서 시종일관하게 사회주의체제와 함께 민족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미국과의 대결전을 벌일 때마다 이남에서도 “효순이, 미선이 살려 내라!”는 등의 반미투쟁이 과감히 전개되고 그 투쟁과정에 반드시 “부시 정권의 그릇된 대북정책을 반대한다”는 구호가 등장한데서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조선(한)반도에서는 남북의 전체 우리 민족 대 미국의 대결구도가 형성되었던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이미 남, 북, 해외의 수 많은 학자, 전문가들, 운동단체들에 의해서 언급되어 왔다. 문제는 우리 민족이 남과 북에서 각기 벌이고 있는 미국과의 대결전이 분단상황의 제약을 받음이 없이 이렇게도 시기와 호흡과 보조를 맞출 수 있는 요인은 과연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그 요인이자 6.15공동선언에서 천명된 ‘우리 민족끼리’ 이념이며, ‘우리 민족끼리’ 이념이자 민족자주사상과 민족대단결사상의 구현이다.
이렇게 볼 때 냉전이 종식된 이후에도 반제자주세력 대 제국주의의 대결속에서 사회주의의 고수냐 말살이냐, 민족(또는 국가)의 자주냐 예속이냐 하는 이념대결은 의연히 계속되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민족자주의 기치를 든 우리 민족이 서 있다. 때문에 어찌 보면 민족자주 이념은 냉전 이후 세계에 형성된 반제자주 세럭의 이념적 기초라고 말할 수 있다.
제국주의 대 반제자주세력간의 대결이라는 새 세계정치구도하에서 이념대결이 계속되고 있다고 할 때,그것은 과연 어떤 양상을 띠고 벌어지고 있는가? 한마디로 말해서 그 이념 대결은 반제자주 세력을 대표하는 이북, 나아가서 우리 민족이 공동으로 들고 있는 민족자주 이념 대 세계를 단독지배 하려는 제국주의 미국이 추구하는 ‘세계화’ 전략 사이의 대결이라는 양상을 띠고 벌어지고 이다.
그럼 여기서 말하는 미국의 ‘세계화’(Globalization)전략이란 어떤 것인가? 그것은 미국의 현 부시 정권하에서 노골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전략으로서, “미국의 가치와 국익에 맞는 세계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적극 개입이 필요하다”고 주창하는 ‘신보수주의자(Neoconserbatives=이하 네오콘)’들에 의해서 추구되는 “미국의, 미국에 의한, 미국을 위한’ 세계질서 창출”전략, 다시 말해서 ‘세계화’의 이름밑에 세계를 ‘미국화’하려는 전략이다.
‘네오콘’이란 어떤 세력인가? 미국 보스턴 대학의 안드류 베이스비치 교수는 “네오콘은 보수가 아니라 원래는 ‘냉전 온건파’로 불리우던 좌익”이라고 지적했다. 그에 의하면 이들은 1960,70년대에 미국의 온건파들이 개입주의에 대한 반대자세를 강하게 표시했을 때 미국의 ‘힘의 붕괴’를 우려해서 민주당에서 빠져 나온 세력이라고 한다. 안드류 베이스비치 교수는 “지금 네오콘이 진행하고 있는 것은 미국적 가치관을 외국에 강요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66).
그의 지적대로 ‘네오콘’의 태동기라고 하는 1960년대 후반기에 대부분 학계나 연구소, 언론에 몸 담고 있던 ‘네오콘1세’들은 우파가 아니라 좌파에 뿌리를 두는 자유주의자었다가 철저한 반공 우파로 전향한 사람들이었다. 이들의 뒤를 이은 ‘네오콘 2세’들은 미 행정부와 의회에 진출하여 자신들의 주장을 적극 실천하기 시작했으며 1980년대 초에 공화당의 로널드 레이건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전성시대를 맞았다고 한다. 그후 부침을 거듭하던 ‘네오콘’은 1990년대 후반기에 나온 ‘미국신세기계획’(PNAC)을 통해 또 한번 전기를 맞았는데, 민주당의 클린턴 행정부 2기 때인 1997년에 설립된 PNAC의 궁극적인 지향점이란 위에서 언급한 ‘미국의, 미국에 의한, 미국을 위한’ 세계질서 창출이었다(67).
이같은 ‘네오콘’에 의거해서 현 부시 정권은 냉전후 세계를 미국화하려는 전략을 노골적으로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뉴욕타임스』지(03.5.4)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외교정책의 뿌리는 시카고대에서 정치철학을 가르쳤던 고(故) 에로 스트라우스 교수”라고 전했다. 신문은 미국의 국방부 부장관 폴 월포위츠(당시), 국방정책위원회 위원장 리처드 펄, 시카고대 교수 앨런 블룸, 『‘위클리 스탠더드』지 발행인 윌리엄 크리스톨, ‘미국의 새로운 세기 프로젝트’ 회장 게리 슈미트 등을 스트라우스주의자들로 꼽았다.
“‘서구식 민주주의가 보장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개별 국가뿐 아니라 국제사회까지 민주화해야 한다”거나 ““유일한 억지력은 서방의 막강한 군사력에 대한 독재자들의 두려움”이라는 스트라우스의 지론은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뒷받침하는 명분으로 활용되었다고 한다(68).
냉전의 종식으로 세계가 바랬던 것은 결코 특정세력에 의한 세계의 획일화가 아니라 제각기 자기 식의 발전방식을 추구하려 하는 민족들의 자주권을 존중하고 보장하는 것이라고 볼 때, 미국의 ‘세계화’ 전략은 완전히 시대적 지향과 요구에 역행하는 것이다. 이것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민족들의 자주권과 생존권이 냉전시기 이상으로 위협받게 되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사실 미국의 ‘세계화’전략은 그들의 ‘막강’한 경제력과 군사력을 배경으로 해서 정치, 경제, 군사, 문화의 모든 면에서 추구되고 있는바, 한 예를 들면 그로 인해서 민족 고유의 언어들이 소멸되는 속도가 이대로 가면 보다 가속화되고 전체 언어의 5∼9할이 앞으로 100년 사이에 소멸된다고 예언하는 사람도 있다. 그 원인은 ‘세계화’, 다시 말해서 지구적 규모에서의 문화의 획일화에 있다고 하는데, 사실 인터넷 세계에서는 영어가 ‘표준어’로 되어 있다(69).
이렇게 볼 때 미국의 ‘세계화’전략을 반대하는 문제는 일반적인 정치·외교문제가 아니라 민족문제, 다시 말해서 민족의 생존이냐 말살이냐, 민족의 자주냐 예속이냐 하는 문제이다(70).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오만방자한 ‘세계화’ 전략에 대해서 부분적인 비판이나 소극적인저항은 있어도 그와 정면으로 맞서서 투쟁하는 나라나 민족은 조선(한)반도의 자그마한 나라 이북이나 우리 민족 외에 찾아볼 수 없다. 사실 “(미국과)대화에는 대화로, 강경에는 초강경으로 맞서 나가겠다”, “우리를 건드리는 자 이 행성 위에 살아 남을 자리 없다”, “핵무기나 선제공격은 미국의 독점물이 아니다”“, “부시 잡으러 가자” 등의 대미강경 구호는 조선(한)반도에서만 볼 수 있었으며, 그것이 요즘에 와서 “부시, 너야말로 테러리스트이다”, “부시에게 죽음을”이라는 구호와 함께 남미주 나라들에서의 반미 도미노 현상 등으로 확산되게 되었다.
이처럼 단호한 대미 강경자세의 배경에 있는 것이야 말로 자주성을 생명으로 여기고 그를 위해서는 그 어떤 비싼 대가나 희생을 치르는 것도 불사하겠다는 민족자주 이념이다.
결국 오늘의 조미대결, 나아가서 우리 민족 대 미국의 대결은 그 본질에 있어서 민족자주 이념 대 ‘세계화’전략 사이의 이념대결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볼 때 민족자주 이념은 냉전후 오늘의 시대를 주도하는 이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제국주의 대 반제자주세력간의 대결은 지금 조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