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주의에 대한 주체적 시각
강민화(대동연구소 소장)
〈 차 례 〉
글을 시작하면서
1.민족주의와 그 유형
2.조선(한)반도 민족주의
글을 시작하면서
나라가 있어 애국주의가 생겨난 것처럼 민족이 있어 민족주의가 발생했다.
민족주의는 자기 민족을 사랑하고 그 이익을 옹호하기 위해서 발생했다는 의미에서 추상적인 이론체계가 아니라 역사이적이고 실천적인 개념이다.
또한 민족주의는 시대와 나라에 따라서 그 과제와 담당세력이 각이했으며, 권력의 사회적 배경에 따라 내세우는 민족주의의 성격이나 기능도 제각기 다른 것이었다. 그래서 민족주의가 아시아와 유럽에서 서로 다르게 나타난다고 해서 ‘동양형 민족주의’와 ‘유럽형 민족주의’로 구분하는 견해도 있으며, 민족이 외세의 침략을 반대해서 싸운다는 의미로 ‘저항민족주의’라고도 한다. 그런가 하면 중동 나라들이 에너지 자원을 지킨다는 의미로 ‘자원민족주의’라고 불리우기도 한다. 이같은 사정 때문에 민족주의에 대해서 고찰하자면 철저한 주체적 시각이 요구된다.
더욱이 역사적으로 외부로부터의 잦은 침략에 맞서 싸웠고 근대에 와서는 일제의 식민지 지배로 인해서 민족이 존망의 위기를 겪었으며, 해방후에는 외세가 강요한 국토 분할과 민족의 분열로 반세기여 동안이나 온 겨레가 고통을 겪고 있는 조선(한)반도의 경우 서구식 관점과 시각에서 민족문제, 민족주의에 대해서 논의될 수 없다.
요즘 이남이나 해외동포 사회에서 들려오는 ‘세계화론’이나 ‘민족(또는 민족주의) 골동품론’ 역시 민족은 장차 소멸된다고 했던 칼 마르크스의 예언과 달리 오늘도 세계에는 엄연히 3,000여의 민족이 존재한다는 현실인식, 또한 외세에 의해서 강요된 분단상황을 종식시키고 전국적 범위에서 민족적 자주권을 실현하기 위한 조국통일문제가 엄연히 남, 북, 해외를 막론한 민족 공동의 과제로 남아 있다고 하는 주체적 시각이 결여된 주장이라 아니할 수 없다.
필자는 이같은 시각에서 요즘 조선(한)반도에서 “지금 왜 민족주의를 논하는가”(남), “민족주의에 대한 올바른 견해를 가져야 한다”(북)고 민족주의 문제가 부상하고 있는 것이 분단된 남북관계 문제, 나아가서 조국통일 문제를 상이한 국가원리간의 문제가 아니라 외세와 우리 민족의 관계선에서 보아야 할 특수한 민족문제로 인식되어 가는 상황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고 나름대로 판단해서 이 글을 쓰게 되었다.
1.민족주의와 그 유형
1) 민족주의의 발생
민족주의는 유럽에서 발생했다(1). 그것은 이 지역에서 자본주의가 먼저 확립되었다는 역사적 조건과 관련되어 있다. 16세기에 민족의식의 정립과 확산의 시대를 맞았던 유럽에서는 17세기 영국 부르주아혁명과 18세기 프랑스 부르주아혁명을 겪은 다음 민족주의의 정립과 확산의 시대에 들어가게 되는데, 이 과정은 민족국가가 절대군주 국가로부터 시민적 자유에 기초하는 국가로 전환된 결과로서 나타난 변화가 아니라, 자본주의의 발생, 발전에 의한 변화의 산물이었다.
일반적으로 민족주의는 ‘내셔널리즘’(Nationalism)이라고 번역된다. 그러한 의미로는 민족주의가 국제적으로 보편성을 띠고 있다고 볼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이 개념이 어느 나라에서나 똑같이 이해되고 인식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민족 및 국가 형성의 경위나 유지방식이 나라마다 또는 시대마다 다른 것으로 해서 민족주의에 대한 이해나 실천 역시 다양하기 때문이다. 이같은 다양성은 ‘내셔널리즘’이 민족주의뿐 아니라 국가주의, 국민주의라고도 번역되는 사실만 봐도 알 수 있다.
국가주의란 ‘부국강병책’을 표방하고 국가의 독립성·통일성에 중점을 두어 국가의 이익을 개인의 이익보다 절대시하는 사상원리나 정책을 말하며, 국민주의란 국민의 인권과 자유를 존중하면서 국민국가를 형성·유지·발전시키려는 사상원리나 운동을 말한다.
이같은 사정을 반영해서 민족주의라는 말은 나라마다 제각기 다른 의미를 가지고 사용되기도 했었다. 영국에서는 타민족을 업신여기는 우월감이라는 뜻에서 ‘서민사상’이라고 불리웠고 프랑스에서는 민족주의라는 말을 처음으로 사용했다고 하는 목사 바루엘이 “전제권력을 타도하고 민족국가를 수호하는 혁명적 성격을 지닌 이데올로기를 가리킨다”고 풀이했다. 독일과 프랑스에서는 또한 민족주의라는 말이 ‘쇼비니즘’(맹목적 애국주의, 배타적 호전주의), ‘제노포비아’(외국인 혐오감)이라는 부정적인 뜻으로도 쓰이기도 했었다.
2) 민족주의의 유형
일반적으로 민족주의는 자국의 팽창과 강대화를 도모하기 위해 자민족의 우월성을 주장하고 타민족을 억압하려는 사상이나 행동으로서의 ‘제국주의적 민족주의’, 또한 그 반대로 피지배 민족이 해방과 자국의 독립을 주장하는 사상·운동으로서의 ‘민족해방주의’ 또는 ‘민족자결주의’로 구분되어왔다. 이는 또한 ‘건강한 내셔낼리즘’과 ‘잘못된 내셔낼리즘’이라고 불리우기도 한다.
이같은 민족주의의 유형은 오늘날 부르주아 민족주의의 범주에 속하는 강대국 민족주의(패권민족주의라고도 한다), 그리고 그와 대립되는 저항민족주의, 현대의 신민족주의로 나뉘어져 있다.
유럽과 미국 그리고 뒤늦게 일본에서 발생한 강대국 민족주의는 특정 민족국가가 상대적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배타적 애국주의, 국수적 배외주의이다. 이런 것으로 해서 강대국 민족주의는 자기 민족이나 국가를 종교처럼 신성화하면서 국민을 결속시킨다는 정치적 목적에 이용되어 왔다.
반면에 강대국 민족주의가 강요하는 민족적 지배와 예속으로부터의 해방을 위해서 나온 저항민족주의는 해방 민족주의, 피압박 민족주의, 식민지 민족주의 등으로 정의되기도 한다. 저항민족주의는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에 걸쳐 세계가 종주국과 식민지(또는 반식민지), 선진국과 후진국, 강대국(열강)과 약소국으로 나뉘어진 속에서 유럽의 자본주의·제국주의 세력이 비유럽지역을 강탈해서 식민지, 반식민지화하는 과정에 형성되고 확산되었다.
신민족주의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저항민족주의가 민족, 민중의 의지를 반영해서 새 유형의 민족주의로 발전한 것으로서, 민족에 대해 바르게 인식하고 민족국가를 스스로의 자주권과 복리를 위한 생활터전으로 건설할 것을 지향한다. 신민족주의의 출현은 자주지향적이며 민족국가건설이라는 새 역사적 과제를 부여받은 새로운 성격의 민족주의의 등장을 의미하며, 이로써 부르주아지의 주도성이라는 기존 민족주의의 역사적 제한성이 극복되게 되었다.
2.조선(한)반도 민족주의
1) 조선(한)반도에서의 민족주의에 대한 이해의 현주소
오늘 조선(한)반도에서는 민족주의가 어떻게 이해되어 있는가. 결론부터 말해서 민족주의에 대한 개념으로부터 시작해서 그를 대하는 입장에 이르기까지 남북이 서로 다르다.
우선 민족주의에 대한 개념을 보면 남에서는 “민족의 생활·전통·문화를 보전하며 국민국가를 형성하고, 국가의 성립 후에는 그 독립성 통일성을 유지·발전시킬 것을 추구하는 사상원리·정책 및 운동(2)” 또는 “개개인의 최고의 충성은 마땅히 민족국가에 바쳐져야 한다고 느끼는 하나의 심리상태이며 그 가장 본질적인 요소를 생동하는 적극적인 소속의사(3)”라고 해석하고 있다.
이남에서는 대부분의 학자, 전문가들이 민족을 논함에 있어서 서구에서 직수입된 이론을 기계적으로 도입해 왔다는 것을 누구나가 인정하고 있는 바, 이같은 해석 역시 민족과 더불어 민족주의에 대한 기존의 관점과 해석에 기초한 경향이 농후하다. 게다가 이남에서는 민족주의와 관련해서 “이제 20세기 ‘민족주의 시대’를 넘어 21세기 ‘국제협조, 국제연대의 시대로 나아갈 필요가 있다’”고 과거의 유물과 같이 보거나 또는 “민족은 가공의 산물”이고 “민족주의는 반역”이라는 식으로 덮어놓고 반동시하는 등 부정적 시각이 압도적이다. 또한 북측에서 조국통일과 관련해서 민족중시를 주장하는데 대해서도 “남한내에 민족주의 정서를 확산시키는 전술”과 같이 거절반응을 보이는 견해나 주장들이 적지 않다.
한편 이북의 시각을 보면 우선 민족주의의 개념에 대해서 “자기 민족을 사랑하고 민족의 이익을 옹호하는 사상(4)”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또한 민족주의 자체는 원래 진보적 사상으로서 발생했다는 시각에 따라서 민족주의를 덮어놓고 반동시하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