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5공동선언 제2항을 다시 본다
강민화(대동연구소 소장)
〈 차 례 〉
1.재부상한 제2항
2.새삼스럽게 제2항 내용을 재확인한다
3.북의 연방제통일방안에 대한 재조명
글을 맺으면서
1.재부상한 제2항
2007년 8월 8일, 남·북·해외 온 겨레는 2000년 6월에 역사적인 남북 정상들의 상봉과 회담이 있은지 7년만에 노무현 대통령의 평양방문으로 또다시 남북 정상들의 상봉과 회담(이하 제2차 남북 정상회담)이 열리게 된다는 충격적인 소식에 접했다.
당초에 8월 28∼30일에 걸쳐 진행되기로 합의된 이 정상회담은 북측 지역을 급습한 폭우와 그에 의한 피해 때문에 10월 2∼4일까지로 연기되었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의 평양방문에 관한 남북합의서’(이하 8.5합의서)에 명기된 “남북 정상분들의 상봉은 역사적인 6.15공동선언과 ‘우리 민족끼리’정신에 기초하여 남북관계를 보다 높은 단계에로 확대발전시켜 조선(한)반도의 평화와 민족공동의 번영, 조국통일의 새로운 국면을 열어나가는데서 중대한 의의를 가지게 될 것이다.”라는 합의정신은 그대로 살아있다.
이 합의정신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6.15공동선언의 계승발전이라고 말할 수 있다. 왜냐 하면 이번 제2차 남북 정상회담은 반세기여에 걸쳐 대립과 대결이 거듭되어온 조선(한)반도에 민족적 화해와 단합, 통일의 새 시대가 펼쳐지게 한 6.15공동선언과 그 정신을 서로 재확인하는 마당이 될 것이며, 또한 6.15공동선언을 재확인과 계승에 머무르지 않고 평화와 번영, 통일의 새 국면을 열어 나가게 발전시킬 마당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볼 때 지금 제2차 남북 정상회담의 의제와 관련해서 핵문제설과 평화문제설, 경제문제설 등이 많이 거론되고 있지만 가장 핵심적인 의제는 통일문제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볼 수 있다.
사실 8.5합의서 발표 소식이 전격적으로 전해진 무렵 이남의 한 언론은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지지도는 55.4점 정도에 불과한 반면 통일에 대한 기대 점수는 70점에 가까운 것으로 조사돼 국민이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른 시일 내에 통일의 기반이 마련되길 고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인터넷 헤럴드생생뉴스 07.8.8)고 전했다.
또한 6.15남측위 학술본부 성명(8.15)은 “6.15공동선언 2항에서 천명한 연합연방 통일은 6.15공동선언 7년이 지난 오늘까지 단순히 선언에만 머물러 있다. 우리는 이번 제2차 남북정상회담에서 연합연방 통일의 실질적 진전이 있기를 기대한다.”(참말로 07.8.15)는 의사를 표명했다.
지난 7년간 우리는 6.15공동선언을 조국통일의 이정표라고 불러왔다. 그런데 선언문의 내용 가운데 통일문제를 직접 언급했던 제2항, 다시 말해서 북측의 낮은 단계 연방제안과 남측의 연합제안 사이에 공통성이 있다고 인정하고 앞으로 이 방향에서 통일을 지향해 나가겠다고 선언한 조항은 그동안 토의 한번 안된채 사실상 방치되어 왔었다.
이 제2항을 외면한채 6.15의 계승발전이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따라서 이번 제2차 남북 정상회담 또는 그에 관한 합의를 통해서 6.15공동선언의 제2항 문제가 재부상하게 된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이같은 관점에서 6.15공동선언 제2항을 다시 보기로 한다.
2.새삼스럽게 제2항 내용을 재확인한다
6.15북남공동선언 제2항을 통해서 북측의 낮은 단계 연방제안과 남측의 연합제안이 서로 공통성이 있다고 인정하고 앞으로 이 방향에서 통일을 지향시켜 나가기로 했다고 남북이 선언한 것은 분단사상 처음으로 양자가 통일 방도에서 합의를 이루어내었다는 의미에서 커다란 의의를 갖는 일이었다. 남북은 이를 통해서 자기 사상과 체제를 절대시하는 바탕위에서 일방이 타방을 이기거나 흡수하는 식의 통일을 추구하지 않으며, 서로의 통일방안 사이의 공통성에 기초해서 두 체제의 공존에 기초 통일을 지향해 나갈데 대해서 세상에 선언했던 것이다.
6.15공동선언 제2항에서 언급된 북측의 낮은 단계 연방제안이란 남북의 양정부가 내정권, 군사권, 외교권을 비롯한 현재의 기능과 권한을 거의 그대로 갖게 하고 그 위에 민족통일기구를 내오는 방식으로 남북관계를 민족공동의 이익에 맞게 통일적으로 조정해 나가는 것을 기본내용으로 하고 있다(로동신문 00. 12.15). 또한 남측의 연합제안이란 1989년 9월 11일에 나온 ‘한민족공동체통일방안’속에서 과도적인 중간단계로서 언급되었된 남북연합안을 말한다.
그런데 6.15공동선언을 통해서 남북이 인정한 것은 어디까지나 양자 사이에 공통성이 있다는 것이지 결코 양자가 동일하다는 것은 아니다.
양자 사이에는 서로 상대방의 체제를 인정하고 남북에 외교권, 군사권과 같은 권한을 각각 부여한다는 등의 공통성이 있다. 그러나 반면에, 북측의 낮은 단계 연방제안이 두 지역정부 위에 국가와 민족의 단일성을 보장하는 통일기구를 내오자고 하는, 다시 말해서 단일한 통일국가를 건설하자는 방안이라면 남측의 연합제안은 통일기구가 아니라 최고결정기구로서의 ‘남북정상회의’와 ‘남북각료회의’와 같은 협의조절기구만 놓고 남북관계를 국가연합식의 공존관계, 다시 말해서 국가와 국가사이의 관계로 만들자는 방안이라는데서 근본적인 차이점도 있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문제는 남북이 6.15공동선언을 통해서 서로의 방안을 “나라의 통일을 위한”방안으로 규정해놓은 것과 함께 서로의 차이점보다 공통성을 중시해서 통일을 지향시켜 나가겠다고 선언한데 있다.
이남의 한 전문가는 6.15공동선언 제2항에 대해서 “남북 통일방안을 예술적으로 결합한 창조적 통일방안”(박경순 “6.15공동선언을 다시 읽는다”통일뉴스 07.8.17)고 지적했는데 참으로 의미 있는 말이다.
3.북의 연방제통일방안에 대한 재조명
그런데 여기서 이처럼 큰 의미를 갖는 제2항이 왜 지난 7년동안 토의 한번 안된채 사실상 방치되어 왔는가 하는 문제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서 “(2항은)민감한 사안이라 남북 모두 이 문제를 공론화하기를 꺼린 탓”이라고 하는 견해도 있지만 그 원인은 보다 근본적인데 있을 것이다.
그것은 6.15공동선언을 통일의 이정표로 보고 그 실천에 임했는가, 아니면 공동선언을 통일이 아닌 공존(현상유지) 차원의 선언으로 보았는가 하는 것이며, 그 근저에는 통일을 민족문제로 보고 어떤 일이 있어도 하루 빨리 실현하자고 하는, 말하자면 통일지향적 입장에 서왔는가 아니면 통일을 사상, 체제 문제로 보고 그 실현을 요원시하는 사실상의 통일불가론적 입장에 서왔는가 하는 차이가 있었을 것이다.
사실 후자의 입장에 섰던 사람들은 6.15공동선언이 발표된 직후부터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안에 대하여 “사실상의 국가연합”’이라느니, 심지어는 “연방제 통일방안을 포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주장에 대해서는 북측의 낮은 단계 연방제안이 비록 민족통일정부보다 지역정부에 많은 권한을 부여하는 느슨한 연방제안이기는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하나의 통일국가를 건설하는 초기단계로서 제기된 것이지 결코 국가연합과 동일한 것이 아니며, 더욱이 연방제안의 변경이나 포기가 아니라고 거듭 반박이 가해졌었다.
어쨌든 6.15공동선언에 의해서 남북이 연방제 통일방안을 시야에 넣고 통일방도를 확정하는 토대가 마련되었던 만큼, 공동선언의 2항 문제가 재부상하고 보다 구체화될 전망이 열린 현 시점에서 북측의 연방제 통일방안과 관련해서 새삼스럽게 확인해둘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남에서 북측의 연방제 통일방안을 반대하는 주장 가운데서 대표적인 것은 이 방안이 “적화통일의 변종”이라는 것이며, 이같은 주장은 6.15이후에도 남아 있다.
여기서 말하는 “적화”란 북(조선인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관할영역을 남(대한민국)에까지 확대한다는 것인데, 북측의 시각이 이와 정반대라는 것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대해서 조선(한)반도의 이북만을 관할하는 공산주의자들의 정권처럼 인식되어 있지만 북측에서는 그와 달리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조국 분열의 위기를 막기 위해서 1948년 4월 19일부터 평양에서 열린 남북조선 제정당, 사회단체 대표자연석회의에 참가한 남북의 대표들이 이 해 6월 29일에 진행한 협의회 결정에 따라 남북총선거를 실시하고 여기서 선출된 212명의 북출신 대의원들과 360명의 남출신 대의원들에 의해서 창건된 범민족적인 정권으로 보고 있다.
또한 남측에 세워진 대한민국에 대해서는 이 정권이 우리 민족의 총의에 의해서 세워진 것이 아니라, 해방후 일제를 대신해서 이남땅을 지배한 미국이 남의 나라 내정에 간섭해서는 안되며(제2조 7항). 제2차 세계대전의 전후처리 문제를 다룰수 없게 규정(제107조)했던 유엔헌장을 위반해서 1946년 9월에 조선문제를 비법적으로 유엔총회에 상정시킨 끝에 단독선거를 강행해서 세워놓은 정권이라고 해서 그 무효를 주장해왔다.
이런 의미에서는 분단 초기로부터 60년대쯤까지 자유로운 남북총선거를 통한 통일을 주장했던 북측의 입장이 하나의 체제에 의한 통일을 지향하는 것이었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북의 정권을 배제해서 미국의 지배하에 있는 이남정권의 관할영역을 전조선(한)반도에로 확대하려는 것과 같은 남측의 승공통일론이나 체제통일론과 절대로 동일시할 수 없다. 이는 어디까지나 외세의 간섭을 배제하고 민족의 총의에 의해서 세워진 범민족적 자주독립정권의 관할 영역을 전국적 범위에로 확대함으로써 나라의 완전한 자주독립을 이룩하려는 것이었다.
이렇게 보면 북측이 적화통일을 추구한다는 주장 자체가 타당성을 가질 수 없다.
다음으로 제기되는 문제는, 그럼 통일에 의한 완전자주독립을 지향했던 북측이 어째서 훗날에 연방제 통일을 지향하게 되었는가 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남북의 힘관계에서 열세에 놓이게 된 북측이 소위 전술적 차원에서 연방제통일로 입장을 바꾸었다고 하는 주장이 있지만 이는 완전히 빗나간 주장이다. 북측이 연방제 통일을 주장하고 지향하게 된것은 분단의 본의아닌 장기화로 인해서 남북간에 사상·체제면에서의 이질화가 조성됨으로써 체제 단일화에 의한 통일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사실 나라의 분단으로 동족상쟁의 비극을 겪지 않으면 안되었는데다가 이 분단이 장기화된 탓으로 남북간에서는 동족임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원수처럼 생각할 정도로 오해와 불신이 심각해졌으며 우리 민족은 사상·제도적으로 물과 기름처럼 이질화고 대립되게 되었다. 따라서 서로가 자기의 사상이나 체제를 양보할리는 만무하며 그같은 조건에서 체제를 단일화하는 식의 통일을 계속 추구하다가는 통일이 불가능해질뿐 아니라 또다시 동족상쟁과 같은 비극이 초래될 수 있었다.
그렇다고 외세에 의해서 강요된 인위적인 분단은 용납할 수 없고 통일은 엄연히 민족 최대의 염원이자 과제로 남아 있는 만큼 결코 이를 포기할 수는 없었다. 결국 통일은 꼭 해야 하되 어떤 통일을 지향해 나갈 것인가 하는 문제가 부상하게 되었던 것이다.
이같은 시각에서 조선(한)반도의 현실을 냉정히 보았을 때, 외세에 의해서 강요된 인위적인 분단과 그에 따르는 사상·체제면에서의 이질화와 대립관계에도 불구하고 반만년동안에 형성되고 공고화되었던 우리 민족의 단일성과 동질성만은 맥맥히 살아 있었다. 따라서 남북이 상대방의 사상과 체제를 서로 인정하고 존중하는 기초위에서 민족적 단일성과 동질성을 살리는 방식이라면 통일은 결코 불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북의 연방제통일방안은 바로 이같은 사정을 배경으로 해서 나온 것이었다.
6.15공동선언에 의해서 남북은 조국통일의 방도를 모색함에 있어서 서로의 통일방안 사이의 공통성을 그 기초로 삼기로 합의보았다. 그렇다면 북측의 연방제 통일방안에 대한 시각도 마땅히 그에 맞게 갖추어져야 할 것이다.
글을 맺으면서
1989년 봄에 평양에서 뜨겁게 포용하고 허심탄회하게 통일문제로 이야기를 나눈 김일성 주석과 문익환 목사는 그후 남북이 동족으로서 마음과 마음을 합했다는 의미로 “통일은 다 됐다”(문 목사), 조국의 통일은 절차상의 문제가 아니며 “민족의 대단결이자 곧 통일”(김 주석)이라고 신통히도 일치된 통일명언을 남겼다. 이는 통일문제를 사상·체제 문제나 남북이 서로 이기고 지는 문제로 보던 기존의 통일론이 기득권을 상실해가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하여 조국통일이란 외세에 의한 분단에 종지부를 찍고 민족의 자주권을 실현하는 문제이며, 통일문제 해결의 종착점은 자주적인 민족통일국가의 창출이라는 민족통일관에 따라 우리 민족의 통일위업에서 일대 전환점이 마련되게 되었다.
6.15공동선언의 “나라의 통일문제를 그 주인들인 우리 민족끼리 서로 힘을 합쳐 자주적으로 풀어 나간다”(제1항)는 기본원칙과 통일방도 조항(제2항)은 바로 그 바탕위에서 마련되었던 것이다.
필자는 지금까지도 조국통일을 염원하는 온 겨레의 숭고한 뜻에 따라 발표된 6.15공동선언의 제2항이 절대로 소흘히 다루어져서는 안된다고 간절히 주장해온 한사람으로서 머지 않아 열리게 될 제2차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것이 보다 심화되고 나라의 평화와 민족공동의 번영과 함께 조국통일위업에서 반드시 전환적 국면이 열릴 것을 바라마지 않는다.
2007.8.25